본문 바로가기

영화54

낙원의 밤 (2021, Night in Paradise) 박훈정 감독의 영화들은 서사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며 오히려 하나의 시퀀스나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들, 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살을 붙여 영화를 만들어가는 듯 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신세계 이후 이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서사부재의 혹평이 참 많았는데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낙원의 밤은 이런 면에서 가장 취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 진지함과 유머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구조 - 배우들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 빈약한 설정 - 국내 정서에 잘 맞지 않는 과도한 총기 액션 씬 - 예측하기 쉬운 반전 요소 (예측하기 쉽다고 무조건 단점이 되는 건 아닙니다만...) - 이미지만 강조한 영상 - 물회 / 주요 대사(괜찮아) / 남여 주인공의 설정 등 너무 단조롭게 짜맞춘 구조들 이런 점.. 2021. 4. 12.
플립 (Flipped, 2010) 플립 (Flipped, 2010) 영화의 제목인 'Flipped'의 뜻은 '홱 뒤집히다'라고 하는데, 영화에서의 이 제목은 어느 한 순간 이성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뜻합니다. 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도 아니고 2010년도 영화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17년 국내에 개봉하여 큰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영화를 본 관객들이 '플립'할만한 무언가가 있는 영화입니다. 60년대 미국 시골 마을에 새로 이사 온 남자아이에게 한 눈에 반한 소녀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아이의 눈이 너무 예뻐서 반해버린 소녀는 줄기차게 소년을 따라다니고 반대로 소년은 그런 모습에 질려하며 피해다닙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을 계기로 이 둘의 관계가 바뀌게 됩니다... 2021. 1. 13.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2017)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2017) 켄트 하루프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17년 공개가 되었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주연을 맡았죠. 영화의 시놉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콜로라도 한 시골 마을에 와이프와 사별한 채 외롭게 사는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의 집에 남편과 사별한 채 사는 이웃인 에디(제인 폰다)가 갑작스레 찾아와 이렇게 얘기합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루이스는 잠을 자러(정말 잠만 자러) 에디의 집에 방문합니다.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외롭게 사는 두 노인이 서로 잠을 같이 자는 데에 그 누구도 도덕적인 비난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집 건너 속생활을 모두 잘 아는 .. 2021. 1. 13.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Dolemite Is My Name, 2019)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Dolemite Is My Name, 2019) 2019년 하반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은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든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배나온 삼류 개그맨 돌러마이트가 부랑자들의 개그코드를 가져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유명해지고 그 유명세로 영화 제작까지 도전하게 되는 성장 스토리이죠. 실존인물인 루디 레이 무어를 에디머피가 맡았으며 실존 인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싱크가 좋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영화 속 에디머피의 연기는 진중하면서 코믹하고 영화 속 캐릭터와 딱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 같습니다. 영화의 1/3은 무명의 주인공이 유명해지게 되는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 2021. 1. 13.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해피엔딩은 항상 '결혼'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다소 무책임한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요 동화책의 영향인지 아니면 제3자의 바람일지는 알 수 없지만 결혼하면 다들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들을 박제한 채 살아가는 게 아니기에 결혼 이후에도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위기들은 마치 맹장염이나 사랑니처럼 당장 찾아올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 찾아올 수도, 아니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LA에서 온 여자와 뉴욕에서 온 남자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 눈에 반해 결혼을 했었죠. 그리고 서로에 대해 장문의 글을 .. 2021. 1. 13.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3월 16일 목요일, 5도, 80/40%, 흐리고 한 두 차례 비.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네. 이런 날 새벽엔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설렁설렁 들어오는 비 냄새와 찬 바람을 맡는 것도 썩 나쁘진 않습니다. 비가 내리는 새벽에 혼자 깨어있다는 건, 이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람을 감정에 목마르게 하곤 합니다. 뭐, 가끔 그렇단 겁니다. (헛기침)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의 전 봤던 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행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게 과거에 얽매이는 건지, 혹은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를 돌아보려는 건지, 혹은 시간이 남아돌아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웃음) "망각"의 혜택을 톡톡히 받기 시작한 후부터 전 과거를 잊어버.. 2021. 1. 13.
지진새 (Earthquake bird, 2019) 지진새 (Earthquake bird, 2019) 11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따끈따끈한 영화입니다. 수잔나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리들리 스콧이 제작을 맡았고, 알리시아 비칸테르, 라일리 코프가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아, 감독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라고 하네요. 하지만 위의 캐스팅들보다 더 흥미로운 건 카메라 감독을 맡은 정정훈 감독이었습니다. 1989년 동경을 배경으로 철저히 이방인인 알리시아 비칸테르가 80년대 동경의 곳곳을 지나다니는 그 묘한 영상미가 영화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릴러 장르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릴리라는 한 명의 미국인 여성이 일본에서 실종되고 범인은 누구인지를 찾기 위한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릴러.. 2021. 1. 13.
엘 카미노(El Camino, 2019) 엘 카미노(El Camino, 2019) AMC의 최대 히트작이었던 '브레이킹 배드' 종영 이후 6년 만에 영화판인 '엘 카미노'가 공개 되었습니다. 원작의 각본가였던 빈스 길리건이 이번에도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공개 이후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엘 카미노(El Camino)는 길(The way)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1978년 쉐보레에서 출시한 픽업 트럭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제시 핑크맨이 탈주할 때 탔던 차이기도 하죠.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진 않고 있습니다. 실제 차량도 초반에만 잠시 등장했었구요. 다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제시 핑크맨이 타는 차량의 변화(화려한 쉐보레 엘 카미노에서 시작하여 평범한 도요타 SUV로 이어지는)가 극중 제시 핑크맨의.. 2021. 1. 13.
아니마(ANIMA, 2019)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넷플릭스 프레젠테이션 이라는 라인업으로 6월 27일 공개된 15분의 짧은 단편 영화입니다. 이 짧은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과 음악 톰 요크(Thom Yorke)라는 두 명 때문입니다.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버린 천재 감독과 라디오헤드의 마스터인 톰 요크가 콜라보한 영화라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죠. 정작 이 영화는 영화의 범주에 넣어야할지 아니면 뮤직 비디오의 범주에 넣어야할지 모호합니다. 실제로 톰 요크의 솔로앨범 ANIMA에 수록된 음악들을 사용하여 현대무용의 방식으로 이미지와 상징들을 가득 넣어놓은 영화이기에 뮤직비디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죠. 넷플릭스가 현재 걷고 있는 '다양성'과 '실험성'의 행.. 2021.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