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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全裸監督, 2019)

by ahoy79 2021. 1. 13.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全裸監督, 2019)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2019년 8월 8일 공개했으니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이고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잘 보기 어려운 일본 드라마네요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원제 전라 감독)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일본 AV 업계의 이야기이죠.

거기에 시대 배경은 버블 이전 일본 경제가 초고도 성장을 보이던 황금시대입니다.

무라니시 토오루 감독은 80년대 비닐 밀봉된 포르노 잡지를 판매하기 시작하여 무삭제 잡지를 불법으로 만들다 감옥생활을 하고
그 이후엔 가정용 비디오 보급화 시대에 어덜트 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해지게 됩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가 70년대 포르노 극장 시대를 지나 80년대 비디오 시대가 되는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었다면
이 드라마는 80년대 비디오 산업의 황금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의 포르노 사업에서 일반화 되어 있던 금기들이나 패턴화된 작업들을 깨며 놀라운 흥행을 이루어낸 감독의 이야기이지만
그걸 의미있는 성과라고 있는 그대로 옹호할 수는 없습니다.

미성년자를 데려다 포르노를 찍거나, 불법적인 방법들도 서슴치 않고 진행했던 그의 작업 방식 때문인데요.
이 드라마는 이러한 부분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주 묘합니다.

그 시선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렵거든요.
선-악, 소자본-거대자본의 대결 구도로 보여지며 주인공의 고분분투하는 모습을 그려내다보니,
감정이입할 수 있을법한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앞서 언급한 부기나이트와 같이 포르노 산업을 통해 그 시대를 통찰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 래리 플린트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로망 포르노에서부터 시작된 일본의 섹스 산업에 대한 여러 시각들을 제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시즌1만 봤을 때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죠.

이건 다음 시즌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들을 봐야 좀 더 명확해 질 것 같습니다.
80년대 황금기를 보낸 무라니시 감독과 그의 스튜디오는 90년대에 들어 파산과 버블이라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거든요.

그 시기를 어떤 시각으로 다루고 무엇을 얘기하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이 평가는 좀 유보해두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세련된 편집과 일본 80년대를 그대로 살려낸 고증 등
볼거리는 매우 많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도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타케 마사하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전작인 '100엔의 사랑'은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모로 자극적이고 흥미롭고 그래서 넷플릭스답게 잘 '기획된' 드라마라 생각되며,
앞으로도 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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